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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맛집:리뷰/써본 것

패션 코리아, 세계를 움직이다 - 디자이너 유한나, 빛나는 청춘의 이야기

                  

첫 장에서 만나본 디자이너 유한나의 이야기는, 책날개에 써있던 저 말을 그대로 옮긴 것 같았다.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언어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훌쩍 프랑스로 떠나 유학하고 바바라 뷔 인턴이 되었고, 인턴 생활을 거쳐 정식 직원이 되고 뉴욕으로 건너가 프리랜서로 생활하기까지 모든 이야기들이 드라마처럼 이어진다.



"인턴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일이 없을 때예요. 저는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어서 회사에서 청소하시는 분이라도 돕고 싶은 심정일 때가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디자인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외에도 여러 파트의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되었고, 갑자기 사라져 버린 회사 입구 안내원의 행방을 나만 아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것 참 좋은데 싶었던 한국 문화가 있어요. 프랑스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습관처럼 '사 바 Ca va(괜찮아)?' 라고 묻곤 하는데, 제가 무의식 중에 "사 바 비앵, 그라스 아 부 Ca va bien, grace a vous(좋아요, 당신 덕분이예요)' 라고 대답했어요. 그 표현이 생소했는지, 사람들이 "내 덕분에?" 라고 되물어 왔어요. 프랑스 사람들은 당신 덕분이라는 말을 잘 하지 않거든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여기서는 상대의 마음을 기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되었지요. 오 년이 지난 지금도 아틀리에 아저씨는 제게 안부를 묻고는 제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네 덕분이야' 라는 말을 덧붙여요."

(동료들이 인정할 만한 실력과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 바로 유한나가 그랬기 때문에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직장 동료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거구나 하고 끄덕이게 되었던 대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인턴으로 일할 때보다 정식 사원이 되고 나서 더 힘들었어요. 직원이 되자 스태프들과의 호흡과 소통이 가장 중요해지면서, 인턴 때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브랜드가 원하는 것을 프로답게 해야 하는 위치가 되었어요. 언어나 프랑스 사회에 완벽하게 들어가 있지 않아서 여러 번의 위기와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순간순간 바보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자존심이란 것은 이미 폐기 처분 되어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을 맞기도 했어요."

모든 챕터마다 "현장에서 일해 보니 학교에서 배웠다면 좋았겠다 싶었던 것은?" 이라는 질문의 페이지가 있는데, 유한나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시도해 보고 실패해서 다시 앞의 과정을 거칠 만한 시간이 없다. 일을 하는 상황에서 아쉬움으로 다가왔던 것이 그런 부분이었다.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고 여러 방향으로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는 훈련이 학교에서 더 많이 되었다면, 현재 더 많은 자유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더 배웠더라면 하는 점보다 내가 더 열정적으로 공부했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한국에서든, 프랑스에서든, 어떤 교육을 받든, 내가 미쳐 있으면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제대로 미쳐 보는 데 학교보다 더 적절한 공간이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모델리스트라는 생소한 직업도 접해 보고, 디자이너들이나 패션 마케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굳이 패션산업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청춘들의 고군분투 성공담으로, 인생선배가 해주는 조언으로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만 한 것 같다.

관련기사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102901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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