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사:맛집:리뷰/써본 것

그림으로 만나는 일상의 기록, "하루"

 

에세이는 잘 읽지 않지만, 미술평론가가 쓴 그림과 함께하는 에세이라는 점에 끌려 책을 집어들게 됐다.
고정 팬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작가님이라고 하는데, 명작 스캔들이나 TV미술관 같은 프로그램들은 사실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다.
작가는 머리말에서도 이 말을 곱씹으며, 매일매일의 일상의 기록을 나누는 작품과 그림을 통해 하루하루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차례는 하루의 시작, 아침, 낮, 저녁, 밤 등의 순서로 시간순서대로 하루의 스케치를 차례차례 그려내고 있다.

 

 

at dawn


주인을 닮은 방 _ 김경덕의 <일상-보물>

표지에도 나와 있는 그림. 그림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기록, 그리고 그를 이어낸 사진들을 내보이고 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 흡사 사진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그림들.
(책에서는 그림들 뿐만 아니라 사진도 간간이 소개하고 있다.)

 

at midday, 낯선 존재가 되는 시간

고위 "행복한 시간"
아이스크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에게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그림. ㅎㅎ

 

이민호, "휴대용 풍경"

 

 

 

표지에 나와있던 또하나의 그림. 아아 매일매일을 살아내는 나를 보는 듯하다 ㅜ_ㅠ

 

 

표지 겉커버를 벗겨내면,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예쁜 표지를 볼 수 있다.
마지막즈음에 소개되었던 사진인 김승연의 "Street Landscape".

 

"작가란 존재는 자신의 삶에서 유래한 모든 문제를 시각적으로 해명하는 이들이다. 미술 내적인 문제를 비롯해 여러 주제, 관심들을 다루는 경우도 많지만 특히 자신의 삶, 일상을 주목하고 이를 형상화하는 경우도 무척 많다. 자신의 일상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들의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몸이 기울어가는 이들이 예민한 예술가들이다. 화가란 존재는 바라보는 자이고, 바라본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그림은 한 작가가 바라본 세계의 단면이고 그를 통해 사유한 결과가 침전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작가들이 다루는 일상은 자신을 둘러싼 삶에 대한 반성이자 주어진 현실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시선에서 나오는 것이고 동시에 자기 존재를 일정한 거리를 갖고 조망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연유할 것이다. 응시는 많은 생각을 거느리고 반성의 시간을 동반한다. 그로 인해 우리는 무심히 흘려보냈을 일상의 한 장면을 비로소 오랫동안 응시하게 된다. 다시 바라보게 된다. 미술작품은 우리에게 일상의 익숙한 곳을 무척 낯설게 보여준다. 그 낯설음을 통해 우리는 비근하고 익숙한 풍경이 내포하고 있는 모종의 진실을 읽게 된다. 거대하고 제도화된 폭력 앞에 무력하고 일상에 지친 피곤한 눈을 가진 한 개인의 비판적 상상력, 환각으로 인행 그려진 현실의 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조금씩 자신의 일상, 하루의 삶을 치유하고 보듬는 내성을 쌓아갈 것이다. 그게 힘이 되어 다시 자기 생을 밀고 나갈 것이다. 오늘 하루를 눈물겹게 살아갈 것이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 매일 매일이 똑같고 따분하게 느껴질 때, 작은 것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책.

 

반응형